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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오늘의 좋은글]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🩲, 10월 10일좋은글 2023. 10. 10. 00:48
누군가 어머니란 질문에
‘손바닥에 두터운 사랑이 한 꺼풀 더 덮여 있어 뜨거운 냄비가 하나도 뜨겁지 않는 사람’ 이라 말했다지요.
가족들 뒷바라지 하느라
나에겐 좋은 옷과 신발, 속옷을 사주더라도
당신은 늘 같은 옷,
시장에서 싸게 산 꽃무늬 팬티만 입으시던 모습이
우리네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을 겁니다.
팬티의 꽃무늬는 저절로 새겨져서
그 꽃무늬로 울음도 참고 슬픔도 참아서
사랑을 만들어 꽃이 되었습니다.
그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아서,
하얗게 늙은 어머니의 가슴에서도 선명히 피어 있을 거예요 ❤️
김경주,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
고향에 내려와
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
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
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
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
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,
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
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, 그 속에서
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들고 어머니
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
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
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
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였음을
오늘은 죄 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
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
삶은,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 순간
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
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
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
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
뜬 눈 송이 몇 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
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
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
서랍 속에서 수줍어하곤 했을
어머니의 오래 된 팬티 한 장
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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